생각하는 글밭 개발일지, 16편

[개발일지 #16] 책을 안 읽어도 되는 게임을 직접 만들었어요

개발일지 · 필로

안녕하세요, 필로예요.

지난 편에서 독서후플레이가 공사 중이라고 말씀드렸죠. 원작 저작권을 다시 살피면서 게임 아홉 개를 잠시 내렸거든요. 옳은 결정이었지만, 내리고 나니 갤러리가 휑했어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남의 책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두 개요.

하나, 「글밭 수확대작전 — 까마귀의 습격」

닷새 동안 생각 씨앗을 거두는 카드 게임이에요. 규칙은 단순해요. 밭에서 카드를 계속 뒤집을수록 그날 수확이 불어나요. 그런데 같은 결함이 두 번 나오는 순간 까마귀 깐쌤이 습격해서 그날 것을 전부 빼앗아 가요.

그래서 매번 고민하게 돼요. 한 장 더 뒤집을까, 여기서 곳간에 넣고 자러 갈까. 같이 밭을 도는 농부 셋도 씨앗을 노리고 있어서 눈치 싸움이 되고요. 습격을 당해도 회복 찬스는 있어요. 문제를 맞히면 잃은 걸 조금 되찾거든요.

닷새가 끝나면 새싹 농부부터 올해의 농부까지 등급이 나옵니다.

둘, 「깐쌤의 빨간 펜」

이건 두더지잡기예요. 밭에서 단어 팻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데, 틀린 말만 빨간 펜으로 콕 찍어야 해요. 맞는 말을 치면 깐쌤이 째려봐요. 제한 시간은 60초.

손이 머리보다 먼저 나가는 게임이라, 맞춤법을 따지기 전에 눈이 먼저 익어요. 견습 검수생에서 시작해 깐쌤의 후계자까지 올라갈 수 있고요. 게임 안에 순위표를 붙여서 상위 다섯 명과 내 등수가 바로 보이게 했어요.

왜 원작 없는 게임인가요

독서후플레이의 다른 게임들은 책을 읽고 와야 재미있어요. 「어린 왕자」를 안 읽고 그 게임을 하면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거든요.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같아요.

이번 두 개는 자리가 달라요. 우리 농부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문제도 저희가 만든 것이라, 아무 준비 없이 들어와서 바로 놀 수 있어요. 갤러리에도 ‘글밭 오리지널’ 칸을 따로 냈습니다. 책을 고르기 전에 몸부터 풀고 싶은 분들 자리예요.

만들면서 고친 것들

수확대작전은 처음에 규칙이 잘 안 읽혔어요. 플레이테스트에서 “그래서 지금 뭘 하라는 거예요?”라는 말이 나왔거든요. 화면에 늘어놓은 설명을 걷어내고, 첫 판에서 손으로 익히도록 바꿨어요.

용어도 손봤어요. 게임을 마치고 나가는 곳을 원래 ‘은쌤 게이트’라고 불렀는데, 처음 온 사람에게는 그게 뭔지 알 길이 없더라고요. 지금은 나가기, 곳간처럼 뜻이 바로 보이는 말로 바꿨습니다.

그림도 전부 새로 그렸어요. 카드 뒷면, 씨앗 카드와 황금 카드, 까마귀가 덮치는 장면, 밤 정원 배경, 빨간 펜의 두더지와 밭까지요. 게임마다 그림 결이 다르면 한 집 물건처럼 보이지 않으니까요.

다음에는

오리지널 3호를 준비하고 있어요. 내려둔 아홉 개도 다시 올릴 방법을 찾는 중이고요. 원작자에게 폐가 되지 않는 선을 찾으면 순서대로 돌아옵니다.

두 게임 다 지금 해보실 수 있어요. 학생과 나란히 앉아 누가 더 많이 잡는지 겨뤄 보셔도 재미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