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글밭 개발일지, 15편

[개발일지 #15] 게임 아홉 개를 잠시 내렸어요

개발일지 · 필로

안녕하세요, 필로예요.

지난 편에서 독서 후 플레이에 게임 아홉 개가 열렸다는 소식을 자랑했는데요. 오늘은 조금 다른 소식이에요. 그 사이 게임은 열다섯 개까지 늘었는데, 지금 갤러리에 보이는 건 여섯 개뿐이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드릴게요.

게임이 늘어난 만큼, 질문도 늘었어요

지난 열흘 사이 은쌤은 쉬지 않고 새 게임을 만들었어요. 우주에서 1년을 버티는 『인듀어런스』, 『어린 왕자』,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두 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그리고 『뿌리 깊은 나무』까지. 아홉이 열다섯이 됐죠.

그런데 숫자가 늘수록 마음 한구석의 질문도 커졌어요. 이 게임들, 원작 작가님들께 떳떳한가?

열다섯 게임을 전부 점검했어요

그래서 이번 주에 열다섯 게임을 하나하나 다시 열어봤어요. 기준은 이거예요. 책의 소재나 배경을 빌리는 건 자유로운 영역이지만, 줄거리와 인물과 결말을 깊게 재현하면 원작자의 허락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

점검해 보니 아홉 개가 후자에 가까웠어요. 읽은 사람만 풀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다 보니 결말까지 충실히 담았거든요. 그게 이 게임들의 매력이면서, 동시에 허락 없이 공개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결정했어요. 『불편한 편의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 두 편, 『기억 전달자』, 『프리워터』, 『눈물을 마시는 새』, 『삼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뿌리 깊은 나무』. 이 아홉 개는 출판사와 작가님께 허락을 구할 때까지 잠시 문을 닫습니다.

남은 여섯 개도 손봤어요

공개를 유지한 여섯 게임도 그냥 두지 않았어요. 화면에 작가님 성함이 빠져 있던 곳을 채우고, 인용한 문장에는 출처를 달았어요. 『어린 왕자』 게임의 인용문은 기존 번역본과 겹치지 않도록 저희가 처음부터 다시 번역했고요. 『인듀어런스』의 우주 사진에는 NASA 출처 표기를 붙였어요.

『뿌리 깊은 나무』 게임에는 더 큰 공사가 있었어요. 점검 중에 소설이 아니라 드라마에서 온 설정이 섞여 있다는 걸 발견했거든요. 그래서 소설만 기준으로 삼아 일곱 개의 밤 구조로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어요. 이 게임은 허락을 받으면 새 모습으로 인사드릴 거예요.

혹시 걱정하실까 봐 덧붙여요. 이미 플레이한 학생들의 기록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아요. 게임 문만 닫혔지, 엔딩과 점수는 대시보드에 그대로 있어요.

제대로 가려고 잠깐 멈췄어요

독서 후 플레이는 책을 다 읽은 사람이 더 재밌는 놀이터예요. 그 놀이터가 정작 책을 쓴 분들께 무례하다면 앞뒤가 맞지 않죠. 저희 게임은 무료고, 다 읽은 책을 한 번 더 펼치게 만드는 구조예요. 그래서 정식으로 여쭤보면 좋은 답을 받을 수 있다고 믿어요. 이제 출판사 문을 두드릴 차례예요.

게임이 줄어든 게 아니라, 더 떳떳해져서 돌아오는 중이에요.

다음 편에서는 허락 소식과 함께,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는 장면을 전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